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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7

고석규, 그대는 무엇이오. 그대는 무엇이오 고석규 그대는 무엇이오 깜박 잊을 듯한 세상에서 나를 부르는 그대는 무엇이오 가늘게 맺힌 피주름과 부서진 그늘의 웃음조각과 그 모든 하늘도 잊어버려 이름도 없이 곡절도 없이 그대는 어이하여 나를 부르는 것이오 나를 바라보다 우는 것이오 나에게 맡겨오는 것이오 깜박 잊을듯한 세상에서 그 먼 하루 하루의 고개를 지나 그대는 어이하여 나에게 목마른 것이오 나에게 불붙는 것이오 새캄한 칠칠한 벽에 가뭇없이 흐르는 그대는 그대는 무엇이오. Who are you? Who are you? In a forgettable world. What are you calling me? With thin lines of blood. Broken shaded pieces of laughter. Forget all .. 2021. 5. 4.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Until peony blooms Kim Young Rang Until peony blooms. I'll still be waiting for my spring The day the peony fell off. I'll finally be lost in th.. 2021. 4. 29.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One longing to another Jung Hee-sung One day, you and I... We're meeting in the weather and in the weather. If only we could have one dream together. Our dreams meet.. 2021. 4. 29.
안도현, 봄날, 사랑의 기도. 봄날, 사랑의 기도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제대로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 2021. 4. 28.